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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유진[분류 : 서양화]
한글작가명 : 송유진
이메일 : jhr99078@gmail.com
경력
- 작가약력 -
송유진 작가는 공간을 그리는 작가이다. 시간과 공간이 다이내믹스를 만들어낸다고 생각하여 2016년부터 공간을 그리기 시작했다. 공간을 그려낸 작품들로 2016년 미국 뉴저지 의 AC 아트 갤러리에서 첫 개인전을 열었다. 현재 씨위드의 번역 스텝으로도 활동하고 있다.
작가노트
[관계/ 틈 사이의 시공간]
송유진의 작품은 크게 ‘관계’를 주제로 그림을 그리는 작가이다. 관계란 둘 이상의 사람, 사물, 현상 따위가 서로 관련을 맺거나 관련이 되어 만들어지는 결과물이다. 이러한 관계에는 여러 종류가 있다. 그 관계는 ‘사람 간의 관계‘ 일 수 도 있고, ‘자아와 세계와의 관계'일 수도 있으며, ‘사물간의 관계‘, ‘공간 간의 관계'가 될 수도 있다. 2016년 이전엔 사람간의 관계에 초점을 두어 인물화를 주로 그렸고, 그 이후엔 공간을 소재로 많은 작품을 그렸다. 사람이 지나가고 흔적만 남은 공간 속 ‘사물간의 관계'를 관찰하고 느낀 점을 파노라마처럼 공간을 재배열, 재조합 해 캔버스에 담았다
1. No.18칼리까산
중학교 2학년 때 피아노를 관뒀지만 여전히 몸이 기억하는, 처음부터 끝까지 연주할 수 있는 곡이 하나 있다. 피아노 소곡 집 첫 장에 나온 존 하워드 페인이 작곡한 『즐거운 나의 집』이다.
나의 피아노곡 18번, 『즐거운 나의 집』은 경쾌한 멜로디와 가사가 담겨, 테크닉 향상을 위해 쳐야 했던 하농과 체르니에서 느낄 수 없는 희열과 해방감을 느끼게 했다. 꽤나 강렬했던 그때의 감정은 시간이 많이 지난 지금도 몸이 곡을 기억하게 한다.
올 해 나는 새로운 『즐거운 나의 집』을 찾았다. 바로 올해 8주, 공부를 위해 다녀 온 칼리카산이다. 칼리카산은 필리핀, 발렌시아 도시에 위치한 대안 학교이다. 아름다운 자연으로 둘러싸인 칼리카산에서 나는 빠름에 지친 몸과 마음의 휴식을 얻었고 바로 곁에서 즐거움을 나눌 친구들과 잊지 못할 추억을 쌓았다.
칼리카산은 한국에선 볼 수 없는 여유가 가득한 공간이었다. 한국에선 빠르게 변화하는 기술환경에 따라 모든 것이 빠르게 흘러간다. 버스도 자가용도 빠르게 제갈 길을 가기 위해 꼬리 잇기, 새치기가 도로에서 번번이 이루어지고 신호에 조금만 늦게 반응해도 뒤에서 빵빵거리는 소리가 여럿 들린다. 빠르게 변화하는 만큼 미래인재상도, 교육정책도 빠르게 변화하며 사람들에 이에 맞춰 빠르게 자격증과 경력을 갱신하며 산다. 수많은 사람들이 무표정한 얼굴로 폰을 바라본 채 빠르게 걷는다.
필리핀에선 도로 엔 사람의 걸음걸이보다 조금 빠른 스쿠터들이 지나가고 누구 하나 뛰거나 서두르는 사람도 일을 빨리 하라고 독촉하는 이가 없다. 사람들의 얼굴엔 여유가 가득하고 웃음이 넘친다. 폰이 아닌 사람을 마주보고 인사를 나눈다.
6시면 창문을 통해 들어오는 눈부신 햇빛과 옆방 친구의 드라이기 소리에 일어나, 해가 지고 주위가 너무 어두워지면 자연스레 쏟아지는 졸음에 하루를 마감하고 오로지 하고 싶은 공부와 나의 몸과 마음의 상태에 집중하며 살았다. 자연의 흐름에 따라 여유롭게 두 달간 생활하며 빠름에 중독되었던 몸과 마음이 해방될 수 있었고 매 순간이 즐거웠다
이 즐거움을 배로 만든 건 칼리카산을 둘러싼 아름다운 자연 풍경이다. 필리핀의 겨울은 1,2월이라는 게 믿겨지지 않을 정도로 따뜻했다. 발렌시아의 풍경은 겨울임에도 쥬라기 공원의 한 장면처럼 초록으로 넘쳐났고 머리 위엔 말도 안 되게 눈부신 파란하늘이 있었다. 밤이면 소금을 뿌려 놓은 듯 수많은 별들이 펼쳐져 있었고, 풀벌레소리, 새소리, 바람에 흩날리는 나무 이파리가 들렸다. 낮이든 밤이든 내가 원하는 때에, 내가 원하는 속도로 그 모든 것들을 바라보고 들을 수 있었다. 두 눈으로 보고도 믿겨지지 않는 아름다운 풍경은 보고 또 보아도 지겹지 않고 황홀했다.
이러한 황홀한 풍경과 여유롭던 생활은 친구들과 함께 했기에 잊지 못할 추억으로 남았다. 제주에서부터 같이 한 친구들과 함께 매일 매 끼니를 같이 먹고 수업을 듣고 평소 쌓아둔 고민들을 같이 이야기하고, 주말이면 현지인 친구들의 오토바이 뒤에 타고 시내로 나가 맛있는 음식을 먹고 노래를 부르고 춤을 추며 스트레스를 불태웠다. 두 달이 지나고도 우리는 그 때를 잊지 못한다. 서로를 보며 그 때를 떠올리고 이야기와 느낌을 공유하며 그 시간을 곱씹어보며 기억한다.
8주 동안 아름다운 자연환경에 둘러싸여 친구들과 같이 보낸 그 시간들은 여유로운 시간들이 주는 행복감을 가르쳐 주었다. 8주를 필리핀에서 지내고 돌아온 한국은 여전히 바쁘고 치열한 현장이었다. 시간이 좀 더 지나 언젠가 다시 한국사회의 빠른 속도와 분위기에 치이고 지칠 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그렇게 절망적이지는 않다. 나에겐 그럴 때마다 다시 꺼내 칠 수 있는 내 인생의 18번, 『즐거운 나의 집』, 칼리카산이 있으니 말이다.
2. Myspace.cok
새벽의 푸른 빛이 방안을 맴돈다. 새벽의 푸른 빛을 보는 자도, 아는 자도 소수다. 호기심을 가지고 관찰하려는 소수만이 그 분위기와 진실된 모습을 볼 수 있다. Facebook 이전에 Myspace라는 SNS가 있었다.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 그곳은 활용했던 사람들의 머리 속에 남아 여전히 존재한다.
3. 봄
미국에서 돌아와 본 엄마의 얼굴은 봄철에 피는 꽃을 보는 듯했다. 잔소리가 많아 보기 싫었던 엄마가 교환학생생활을 하고 나니 너무나 그리웠다. 1년간 타지 생활을 하고 엄마를 보니 그렇게 설레고 예뻐 보일 수가 없었다.
4. H4-82-5
마른 목을 축이려 문뜩 잠에서 깼다. 잠에서 깨서 눈 앞에 펼쳐진 것은 푸른 빛이 가득한 공간이다. 푸른 빛이 가득한 공간은 내가 잠들고 나서부터 일어나기 전까지의 룸메이트들의 일과에 대한 이야기로 가득했다. 저녁을 먹고 나서 또 안주로 닭고기 튀김을 구워먹었는지 프라이팬이 설거지 통에 있고, 튀긴 음식을 싫어하던 누군가는 시리얼을 꺼내먹었는지 통 위치가 바뀌어 져있다. 고요함 속에 내 친구들은 잠을 자는 동안, 기숙사에 널브러진 물건들은 생생하게 내 머리 속에 다양한 이야기 풍경을 보여주었다.
5. Summer hops
다양한 홈메이드 아이스크림을 팔던 Lindy hops는 뜨겁고 무더운 여름을 잊게 해주는 휴양지였다. 마트에서 볼 수 없는 독특한 아이스크림을 먹어볼 수 있고, 독특한 인테리어 장식들과 수다를 떨 친구는 현실이 아닌 다른 세계로 잠시 여행하게 도와주었다. 새로운 아이스크림을 맛보러 여러 차례 갔더니 3개월이 넘는 기나긴 여름 방학은 어느새 훌쩍 지나고 끝나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