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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봉수[분류 : 조각]
한글작가명 : 고봉수
이메일 : kohbongsoo@nate.com
경력
홍익대학교 미술대학 조소과
홍익대학교 대학원 조각과
Academy of Art University. CA. USA
홍익대학교 대학원 박사학위 취득 (미술학)
가나인사아트센터 초대전(서울)
금호미술관(서울)
한원미술관(서울) 外 총20회 전시
과천국립현대미술관
서울시립미술관
토탈미술관 外 200여회 전시
제22회 대한민국 미술대전 (비구상부문) 대상 수상
작가노트
니케의 머리, 비너스의 꿈: Iconoclasm
황찬연(dtc갤러리 수석큐레이터)
고대 그리스 신화에 등장하는 사모트라케의 니케와 밀로의 비너스, 기독교의 성모 마리아, 불가의 반가사유상, 석굴암 석가모니불 등은 각 문화권에서 탄생시킨 종교와 신화, 전설의 아이콘이다. 이 성상들은 무수한 시공간을 지나오며 인간들의 삶을 자양분 삼아 성장해왔고 인류의 위대한 기념비적 건축물과 기록물들에 절대적이고 성스러운 아이콘(Icon)들로 영원성을 부여 받았다. 그리고 우리들은 이 성상들을 쪼개고 그 껍질들을 한 겹씩 벗겨내면서 오래전 인간의 삶의 모습들을 탐사하며 우리 문화사의 갈래 길들을 만들었고, 상상과 지식의 근원으로서 굳게 신봉하며 인류문화사의 위대한 꽃들을 피워왔다. 그러나 지금 수 천 년의 흐름 속에서 우리는 또다시 거대한 변곡점 위를 지나면서 전통과 혁신의 충돌의 시대를 맞이하고 있다.
작가 고봉수는 금번 전시에서도 감상하기 좋은 작품을 제작하기보다는 아름답다고 받아들이는 관념의 표상들을 아상블라주(Assemblage)해서 아주 낯설고 불편한 조각품을 제시했다. 그런데 이번 작품들에서 좀 색다르고 독특한 의미들이 탐지되는데 그것은 우리시대의 과학기술의 발전에 따른 인간사회의 거대한 패러다임의 변화와 긴밀하게 맞물려 있기 때문이다. 이 흐름에서 작가는 우리가 신봉해왔던 몇 해 전까지의 객관적 사실들이 단박에 의심되고 부정되는 현실세계에서 예술의 특성과 예술가의 역할에 대한 성찰적 질문을 던지고 있다.
부처의 머리를 꼭 안고 있는 반가사유상, 어린 양을 품고 있는 성모마리아의 몸 위에 반가사유상, 석가모니불의 몸 위에 니케상, 니케의 몸 위에 비너스의 몸이, 부처의 머리와 성모마리아의 머리, 기둥 같은 그리스 여신상의 아상블라주들. 작가는 우리들이 오랫동안 진리의 안식처, 기존질서의 형식들과 중심적 의미작용의 상징물로 굳건하게 자리했던 각 문화권들의 아이콘(성상)들을 파편화시킨다. 그 아이콘들은 단순한 성상들이 아니라, 각 시대별 종교관, 세계관, 인간관, 관습, 도덕, 미의식 등을 함축하고 있다. 이 동서양의 신화와 종교의 성상파편들은 각 문화권과 시대를 초월하여 서로 뒤엉켜 얇은 알루미늄 호일로 조각표면을 뒤덮으며 새로운 의미를 창출하는 이종교합(Iconoclasm) 조각이 되었다.
전통적인 성상파괴를 통한 신성의 부정과는 다른 맥락으로 현대미술에서 해체를 통한 결합은 다다이즘, 초현실주의, 팝아트, 누보레알리즘, 정크아트 등에서 실험해왔고, 동시대의 미적 담론을 해체하고 새로운 형식을 창출하려는 시도다. 그러나 일견 불가의 선문답禪問答 같은 작가의 작품을 관찰하다보면 기존의 미술사적 담론에서 벗어나 우리에게 조금 더 색다른 근본적인 물음을 제시한다. 그것은 각 문화권의 종교와 신화 속 조각상들의 문맥 아래에 잠긴 인간의 근원적 욕망이며, 그 표상으로서의 조각상들에 가두어진 대상에 대한 지시와 표명, 의미 등 인간이 대상에 대해 갖는 일체의 고정관념이다. 작가는 이 표상들을 해체하고 그것들을 이종교배하며 알루미늄 호일을 입혀 탈맥락화 시킨다. 이것이 작가가 지속적으로 탐구하고 있는 독특한 조형언어로 상식적 수준의 미적감각을 재생산하지 않고 새롭게 창출하게 될 예술형식과 내용에 대해 질문하는 것, 해서 과거를 지향하려는 관객에게 낯선 감각을 제기하고 불편한 예술을 사유케하는 것, 그리고 예술가의 역할에 대한 통찰적 사유와 행위를 묻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