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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윤정[분류 : 조각]

한글작가명 : 고윤정
이메일 : dbswjds2@gmail.com

경력
제주대학교 미술학과(조소) 및 동대학원 졸업
2012~2017 개인전 4회, 제주 및 서울
2018 서귀포예술의 전당 2018 신진작가 발굴육성 프로젝트, 예술공간 이아
2017 대구아트스퀘어 청년프로젝트 엑스코 대구
연갤러리 신진,청년작가 선정
2016 제주문화예술재단 우수신진예술가 육성지원사업 선정 전
제주청년작가회 바지,락_릴레이
개인전_꿈인제주
청년작가전_제주현대미술관
2016 제주현대미술관 작품소장

작가노트
마음을 캐스팅하는 시간

김지혜(미학)
세계라는 거대란 덩어리에서 하나의 개체로 떨어져 나온다는 것은 엄청난 두려움과 고독감을 느끼도록 하지만, 그 만큼 큰 호기심과 기대감 역시 선사한다. 조각가 고윤정의 일련의 작업들에서는 이러한 분리와 이탈 그리고 자기회귀의 과정이 펼쳐진다. 작가의 초기 작업은 ‘세계 속에 거주하는 나’와 ‘세계’가 만나는 다양한 방식에 대한 고민을 담고 있었다. 그 만남이라는 것은 얼핏 물 위에 어떠한 의식도 없이 떠도는 기름띠가 속절없이 만들어내는 문양(마블링)처럼 신비롭고 경이로운 듯 보이지만, 사실 매우 오랜 시간 전부터 치밀하게 계산되어온 것처럼 계획적이고 필연적이다. 이러한 필연성에 대한 이해가 없을 때, 우리는 관계 속에서 무한한 자유로움과 새로운 가능성을 느끼지만, 그 은폐되어 있던 사실을 인식하는 순간부터 조바심하며 웅크리게 된다. 따라서 이 시기에 고윤정의 작업에서 우리가 만날 수 있는 장면은 ‘보호색으로 육신을 숨기거나’, ‘배경에 녹아든 모습’ 등이다. 2011년도와 2012년도의 작업에서 유독 이와 같은 장면은 자주 등장한다.

이 시기는 고윤정이 본격적으로 입체작업에 몰두하게 된 시기이며, 더불어 아티스트라는 이름을 내걸고 활동하게 된 시기이다. 따라서 세계 속으로 던져진 자신의 정체성에 대하여 모종의 두려움과 혼란스러움을 겪었을 터이다. 이는 어찌 보면 자크 라캉의 ‘거울단계’에 해당되는지도 모르겠다. 아마도 이때는 타자와 자신을 구분하지 못한 상태로 살아온 아이가 거울 속의 자신을 인식하면서 세계와 자신을 분리하는 기적과도 같은 순간이며, 상상계 안에서 자신의 존재를 완벽하게 구축하고 인정해오다 실재계의 자신을 만나게 되면서 공포심과 결핍감에 몸부림치는 순간과도 같았을 것이다. 이는 이 세상 대부분의 사람들이 겪게 되는 순간이면서도 누구에게나 깊은 트라우마와 결핍감을 남겨두는 때이기도 하다. 고로 사람들은 군중 속에 자신을 숨겨두고 싶어 하며, 배경 속에 한 없이 침잠되고 싶어 한다. 그리고 이때 자주 사용하게 되는 것 중 하나가 보호색(camouflage)이다. 이는 외부의 위협적인 요소로부터 자신을 보호하고자 하는 의도도 지니지만, 또한 외부의 세계에서 분리되고 싶지 않은 의지를 발현하는 것으로도 볼 수 있을 것이다. 그 만큼 분리된다는 것은 아프고 외로운 일이다. 고윤정의 2011년 작 ‘관계의 방식’이나 2011년 작 ‘Sensation’과 ‘I am...’ 등에서 우리는 이러한 의도를 엿볼 수 있다. 하지만 이후 작가는 보다 적극적이고 에너제틱한 모습으로 이 단계를 넘어선다.
바로 2015년도에 왁스를 주재료로 하여 제작한 ‘분리된 인체’의 작업들이 그러하다. 이 시기의 작업에서 우리가 주목할 만한 것은 한결 투명해진 재료와 하나의 개체(몸)에서 다시 분리되어 각기 새로운 의미를 획득하고 있는 신체의 부분들이다. 비로소 작가는 자기 자신을 직시하게 시작하였으며, 자신의 몸에 집중하고, 마음을 위로하게 되었다. 세상에 내던져진 모든 존재들에게 동일하게 부여된 감정 중 가장 대표적인 것은 아마 외로움일 것이다. 그 깊고도 짙은 감정으로 인해, 많은 이들은 완벽한 세계에서 분리되어 결핍된 존재로 소급되는 것에 너무도 큰 아픔과 슬픔을 느끼곤 한다. 하지만 완벽한 세계라는 것은 한 없이 피상적이며, 환상 속에서만 가능한 것이므로, 이러한 분리 없이 우리는 제대로 살아갈 수 없다. 따라서 이는 필연적인 단계이며, 당연한 수순이다. 고윤정은 이러한 과정을 우리는 그녀의 작업을 통해 엿볼 수 있다. 더군다나 자신의 신체 일부분을 캐스팅하는 시간은 그 길이만큼이나 자기 자신에게 더욱 깊숙이 집중하도록 하였을 것이다. 따라서 작가는 자신의 팔과 다리의 모습을 재현하여 설치한 입체작품들에 ‘愛’라는 제목을 붙였다. 이 타이틀은 일견 모순적이고, 일견 타당하다. 많은 이들이 완벽함을 사랑한다고 믿지만, 사실 우리가 사랑하는 것은 채워지지 않는 결핍인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그리고 불완전과 결핍을 사랑할 수밖에 없는 이유는 그것이야 말로 진정 인간을 설명해줄 수 있는 단어이며, 또한 위로할 수밖에 없는 이유가 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고윤정의 절단된 신체들은 아프고도 사랑스럽다. 또한 자신의 몸을 탁본으로 떠낸 ‘인체의 풍경’ 시리즈에도 역시 이러한 연민과 위로 그리고 사랑의 과정들이 스며들어 있다.

이번에 새롭게 우리에게 보여주게 될 고윤정의 신작은 드디어 자신의 내부를 향하는 것으로 등장한다. 한때 외부와의 관계에 대해 골몰하였으며, 그 이후 자신의 육체에 관심을 지니던 작가가 이제 자기 안에서 흐르는 에너지의 흐름에 관심을 가지게 된 것이다. 작가는 요가를 하면서, 들숨과 날숨을 통해 몸과 함께 마음의 에너지가 이동하는 것을 체험하게 되었으며, 이러한 프로세스는 궁극적으로 그 동안 심연의 장소에 머물러오던 자신의 진정한 모습을 만나도록 했다고 말한 바 있다. 따라서 그녀는 작은 인체상들과 추상적인 형태의 입체 작업을 통해 ‘정중동(靜中動)’에 대해 말한다. 이는 ‘고요함 가운데 나타나는 움직임’이라는 뜻을 지니는 것으로, 따지고 보면 세상의 이치와 다르지 않다. 우리의 세계 안에서 속도와 신속함은 일종의 선한 척도로 오랫동안 작동해왔다. 하지만 우리가 쉽게 간과하는 것은 지구도 태양도 우주도 모두 고요함 가운데 느리게 움직인다는 사실이다. 때때로 아무것도 하지 않는 자신의 모습에 절망하곤 하지만, 그렇다고 의미 없이 사라지는 시간은 없다. 그 시간 동안 분명 고요히 움직이는 어떤 것들은 의미 있는 사건들을 만들어냈을 것이다. 이렇듯 한층 자신 안으로 더욱 깊게 들어간 고윤정의 작업은 우리에게 반성의 시간을 허락하는 듯하다. 규칙적이고 성실한 자세로 완벽한 자신의 모습을 구축해나가지 않는다 하더라도, 모호하고 불투명한 시간은 분명 의도치 않는 새로운 사건을 만들어낼 것이다. 그리고 그러한 사건들은 우리의 생을 분명 흥미로운 것으로 만들어줄 것이다. 이것이야 말로 작가 고윤정의 새로운 작업들이 우리에게 주는 메시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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