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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단법인한국미술협회제주특별자치도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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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연[분류 : 서양화]

회원명 : 김수연
이메일 : 01062620105@hanmail.net

경력
2018 제15회 김수연 개인 展 - 기억의 조각 #15展 ( 이상아트스페이스, 서울 ) 등 개인전 15회
2018 한국미술협회 제주특별자치도지회 회원전 (제주 문예회관, 제주)
제주판화가협회 展 ( 심헌갤러리, 제주 )
Fantastic Voyage (홍익대학교 현대미술관, 서울)
꿈과 마주치다 (갤러리 일호, 서울)
제주기행 길에서 만나다 (서귀포 예술의 전당, 제주) 외 단체전, 국내외 아트페어 참여 다수
작품 소장: 국립 현대 미술관,

작가노트
본인의 작품들은 기억을 주제로 하는 일종의 ‘회상 장치’이다.

사람들은 ‘현존하지 않는 어떤 것’의 모습을 되살리기 위해 이미지를 생성 하였다. ‘현존하지 않는 어떤 것’의 한 종류로 ‘기억’을 예로 들 수 있는데, 사진술의 발명 이후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기억의 ‘매개체’로는 사진이 가장 많이 사용되고 있다.

본인의 경우를 예로 들자면, ‘관리가 제대로 안된다면 망막에 구멍이 뚫려서 시력을 잃을 수도 있습니다.’ 라는 얘기를 들은 적이 있었는데, 이 일로 인해 ‘보지 못하는 것’에 대한 막연한 공포가 생겼고, 그 때문에 ‘보지 못한다면 기억이라도 해야 한다.’ 라는 강박관념이 생겼다. 언제든 손에 닿던 ‘일상’ 보다는, 내가 나고 자란 제주의 바다를 품은 ‘풍경’이 먼저 그리워졌고, 바다에 반사되던 햇빛이 그리워질 것 같았다. 이 순간 가장 먼저 떠올랐던 것이 ‘기억’을 떠올릴 수 있는 ‘사진’ 이었다.

흔히 우리는 기억을 되새길 때, 사진처럼 찍힌 기억의 한 부분을 그대로 끄집어 오는 것처럼 느끼지만, 기억의 도출 과정을 살펴본다면 이는 우리의 보편적 관념과는 사뭇 다른 것임을 느낄 수 있다.

기억은 입력, 저장, 재구성, 도출 등의 다섯가지 과정을 거친다. 이 과정 속에서 기억은 새로운 방법으로 입력되기도 하며, 각 과정에서 삭제나 추가 등의 오류가 발생하기도 한다. 따라서 우리는 기억의 완전함을 위한 매개체로, 객관성을 나타낼 수 있는 ‘사진’을 주로 이용한다. 하지만 사진은 하나의 시점에서 셔터 한번으로 세상을 바라본, 지극히 일차원적인 기억의 방식이다. 이는 무수히 많은 시점에서 바라본 것과 더불어 감정까지도 기억으로 저장하는 사람의 기억 체계를 비교 하였을 때, 하나의 ‘기억 조각’에 지나지 않는 것이다.

예를 들어, 인간은 강렬한 색채나 특별했던 감정 등 중요한 것들을 중심으로 저장하고 나머지 부분은 자연스럽게 망각하거나, 서로 다른 기억 이미지를 혼동하여 하나의 기억으로 인지하기도 한다. 이러한 과정에서는 객관적 이미지만이 아니라 각자가 느낀 주관적 감정 또한 함께 저장된다. 즉, 기억을 다시 떠올릴 때의 도출 과정에서 나오는 기억은 주관성이 포함 된 여러 이미지가 하나로 합쳐진 일종의 ‘공감각적 합성물’인 셈이다.

작품에서는 이러한 기억의 불완전성을 보조하는 수단인 사진을, 작품과 관객 사이의 매개체로 끌어 들여 스케치의 보조 수단으로 사용한다. 사진들은 온전한 하나의 ‘기억’으로 인정받지만, 돌이켜보면 사진 속 모습이 아닌 우리의 감정 자체가 기억이라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즉, 사진이라는 물질은 우리의 기억이 될 수 없고, 기억을 보조하는 수단으로서의 의미를 지니게 되는 것이다. 따라서 사진이라는 매개체는 그림의 토대를 이루는 스케치 과정과 채색의 기본 틀을 잡는 과정 까지만 작업을 보조하는 데 그친다.

사람의 기억은 사진 이미지 보다 다시점적이며 다중적이고 복잡하다. 따라서 본인의 작업에서는 앞서 말한 각각의 주관적 감정과 이미지들을 ‘기억의 조각’으로 정립하고, 기억의 한 순간을 명암과 색채, 물감의 양 등을 이용한 조각으로 나누어 시점의 다변화를 표현 한다. 사진의 풍경들을 명암을 따라 조각조각 나누어 온전하지 못한 ‘기억의 분리’ 혹은 ‘기억의 쇠퇴’를 표현 한다. 우리는 이러한 기억의 분리를 보강하기 위해 사진이라는 매개체로 어떠한 기억을 온전히 붙들게 된다. 본인의 작품에서는 매개체인 사진과 비슷한 질감을 나타낼 수 있는 에나멜을 사용하여 분리 되어 있는 ‘기억의 퍼즐’을 맞추고자 한다.
이는 기억의 도출 과정과도 연관이 있다. 기억은 처음 입력이나 도출 과정에서의 오류로 인해 실제 기억과는 다른 기억을 도출하기도 한다. 또, 망각과 중요도 저하로 사라져버린 기억의 빈 공간을 다른 기억에서 저장해 놓은 새로운 조각으로 메꾸어, 실재하지 않았던 새로운 기억을 도출하기도 한다.

작품에서는 이러한 과정들을 분리 된 조각의 크기와 색의 차이, 높낮이 차이로 나누어 ‘기억의 퍼즐’을 맞추는 과정으로 정립하고, 이를 보는 이들의 주관적 기억에 일임하여 ‘기억을 재생산’ 하는 과정을 관객들이 직접 느낄 수 있게 하였다.

이는 누구나 지니고 있는 현실 혹은 기억이라는 소재를 ‘기억의 퍼즐’로 재구성 하여 관객들에게 기억이 가지고 있는 유한성과 그 의미를 상기시키고, 과도한 현대문물로 인해 상실되어만 가는 추억의 아련함을 재고시키고자 하는 의미도 있다. 또, 떠올리기 힘들거나 잊고 싶은 기억 또한 유희의 의미를 지닌 퍼즐로 순화시키고, 작품으로 인해 당대의 모습에 대한 관객의 기억적 동조 효과를 끌어내려 한다.
이는 관객 ‘과거로의 회귀’로, 하나의 작품으로 인해 잊혀져 가는 기억을 붙들고, 관객들에게 각자가 지니고 있는 자신만의 아련한 추억 속으로 잠길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자 함에 있다. 바쁘게 흘러가는 현대 사회와 그로 인한 기억의 상실을 깨닫게 하고, 쉽사리 잊혀져 가는 유년시절의 아름다운 추억과 함께 조금 느리더라도 평화롭고 아름답게 살아가고자 하는 우리네 마음 속 희망을 떠오르게 한다.
위와 같은 과정에서 관객들은 ‘기억의 퍼즐’을 완성하는 것에서 오는 일종의 기쁨을 얻을 수 있다. 네덜란드의 역사가인 요한 하위징아(Johan Huizinga)는 자신의 저서 (1938)에서 놀이는 인간 문화의 근간을 이룬다고 주장했다. 이는 호모 사피엔스(Homo Sapiens)가 아니라 호모 픽토르(Homo Pictor), 즉 그림을 그리는 인류라는 주장에도 부합하며, 본인의 작품에서 드러내고자 하는 의도를 즐기는 관객 자체에게도 부합한 설명이다.

또한, 사진과 기억의 차이점을 인식하는 방법으로 하이퍼리얼리즘(Hyperrealism)에서 나타나는 작품과 실재 사이의 혼동을 차용하였다. 에나멜을 주 재료로 사용하여 유광 사진의 질감을 나타내고, 보는 거리에 따라 멀리서 바라보면 사진처럼 보이고, 가까이서 바라보면 여러 조각으로 나뉘어 추상화 되는 과정을 나타냄으로써 ‘기억을 재구성 하는 과정’을 앞서 언급한 ‘놀이’의 기능과 연관지어 관객 스스로가 자연스럽게 느낄 수 있도록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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